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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6입니다. 날짜를 기록해 둡니다. 2022년 2월 23일 오후 5시 8분...엑자일 번역이 끝난 날입니다. 날짜 하나를 더 기록해 봅니다. 2019년 9월 21일 오전 2시...엑자일 번역을 시작한 날입니다.
시작은 안타까움이었습니다. 다들 엑소더스는 어떻게든 읽으시는데 전개가 잠재적으로 진행되고 얼라인드 세계관만의 특징이 펼쳐지는(거꾸로 말해 초반부 재미가 떨어지는) 엑자일은 시작을 못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프라이머스의 서를 생각해보면 엑자일은 굉장히 중요한 시점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뒤에 이어지는 리트리뷰션보다도요. 또한 IDW1 코믹스 같이 다른 세계관에서 같은 배경, 비슷한 이야기, 다른 전개로 펼쳐지는 요소가 꽤 있기도 합니다(예시: 벨로시트론 이야기.). 트랜스포머 프라임에 잠깐 나오고 만 모 캐릭터의 상세한 이야기도 알 수 있죠. 프라임 시리즈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얼라인드 세계관에서 굉장히 부각되는 '한때 사이버트론과 스페이스 브릿지로 연결되어 교류했지만 녹의 시대 이후 개별적으로 발전한' 서로 다른 식민지 행성들의 상세한 모습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책 세 권 중 엑자일을 제일 먼저, 그리고 재미있게 읽은 사람으로써는 모르고 넘어가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그렇게 알파 트라이온의 파트 1 서문을 가장 먼저 번역해 보았고...
어느새 책이 끝났네요. 제가 꾸준하게 올릴 시간이 중간에 안 되기도 했고 의지력과 건강의 문제도 있고, 기타 등등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너무나 오래 끌었습니다. 항상 제대로 끝을 보지 못하고 급조한 탓에 오타와 맞지 않는 주술 관계, 어색한 번역투가 난무한 챕터만을 보일 수 있어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저도 너무 오래 전에 읽어 이젠 반쯤 잊어버린 엑자일을 다시 정독할 수 있어서, 그리고 처음 읽었을 땐 프라이머스의 서도, 다른 소설판도 읽지 않은 탓에 이해하지 못했던 요소를 알아차릴 수 있어서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번역을 시작할 땐 분명히 산 지 얼마 안된 노트북 자판이 중간에 사망하려 들긴 했지만요.
엑자일의 표면적인 주제는 올스파크를 찾아 떠난 오토봇들의(그리고 디셉티콘의) 여정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결국 신화로만 치부되었던, 실제로 존재한다고 현 세대의 많은 봇들이 믿지도 않았던 열세 명의 프라임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옵티머스 프라임과 다른 봇들이 알아차리게 된 것입니다. 내면적인 주제를 꼽는다면 옵티머스 프라임의 생각으로 자주 언급된, 우주는 매우 광활하며, 그 속에는 숨겨진 게, 발견하게 될 게 아주 많다는 것이 되겠네요. 기록으로만 들어본 벨로시트론, 존재하는지 확실하지도 않았던 정키온, 그리고 열세 명의 프라임까지...녹의 시대에 들어서고 스페이스 브릿지가 후퇴하면서 사이버트론을 유일한 세상으로 알고 살아 온 대부분의 봇들이 자신들 외에도 스파크를 가진 다른 생명체가 우주 너머에 존재한다는 걸 알아차리게 되면서, 프라이머스의 서에 기록된(실제 책도 마찬가지) 사이버트론의 공식 역사OFFICIAL HISTORY(엑소더스 소개글)에 대해 독자 또한 한 걸음 다가가게 됩니다.
저도 이거 재미없고 눈알 빠질 거 같은 깨알같은 영어 글씨에 갱지 약 400페이지인 거 알거든요. 하지만 붙들고 읽어보면 또 얼라인드 세계관 특유의 분위기를, (오토봇과 디셉티콘이 싸우고, 옵티머스와 메가트론이 원 쉘 스탠드 원 쉘 폴 하면서 칼부림하고, 스타스크림은 뒤에서 리-더가 되기 위한 수작을 부리는) 전형적인 트랜스포머 이야기 뒤에는 어떤 세계가 존재하는지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사실 트포 팬들은 그런 게 좋아서 파는 거잖아요?
번역을 보지 않고도 책만 읽어주신 분들에게도, 번역을 읽어주신 분들에게도, 당장 읽진 않아도 반응해 주신 분들에게도 감사를 표합니다. 무엇보다 저의 한 방울 지하수를 찾아 우물을 삽질했지만 파먹은 거라곤 물을 조금 머금은 흙뿐인 얼라인드 덕질을 옆에서 같이 땅을 드릴 뚫어주시고 수원지를 찾아주시고 번역의 말투나 단어 선정을 때때로 도와주신 주지마루님께는 특히 감사를 드립니다. 주지마루 선생님께 이 글을 바칩니다. 그리고 이 글을 보진 않겠지만, 작가 알렉스 어빈과 하스브로에게...만나서 반가웠고 다시는 보지 말자.
감사합니다.